The Wellness Space - 삶에 쉼표를 찍다 (2020.9)

The Wellness Space
삶에 쉼표를 찍다

취재 신은지, 한성옥

범세계적 재난이 도래한 지금, 삶의 가장 본질적인 행복은 무엇일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오래된 어구에서 사람들은 시대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시대를 표상하는 단어들이 있다. 이 단어를 읽으면 시대의 결핍과 욕구가 보인다. 코로나라는 단어가 이제 단순히 바이러스를 일컫는 것이 아닌, 세계적 대재난과 혼돈, 공포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처럼. 그런가 하면 이를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은 웰빙이라는 단어를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한다.
한때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치유와 회복을 뜻하는 단어로, 각종 매체에서 힐링을 타이틀로 내걸며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주요하게 다뤘다. 이렇게 일상에 지친 마음을 보듬고 개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근래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보편화됐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힐링만큼 칠링(Chilling)에 주목했다. 쉼에서 대단한 의미를 찾기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느긋하고 편안한 휴식자체를 즐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어떤 단어를 읽을 수 있을까. 다시, ‘웰니스(Wellbeing+Fitness)’ 다. 정서적 여유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삶에 대한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솔루션에 새롭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극적으로 증대됐기 때문이다. 전문화된 피트니스와 테라피, 셀프 케어 등에 대한 수요는 그칠 줄 모른다. 물론 신체와 더불어 정신적 건강 역시 중요한 요소다. 다만 그저 여유로운 분위기를 내기보다 내면을 수련한다는 리트릿(Retreat) 개념처럼 정신의 치유를 심화한 프로그램이나 명상적 요소를 끌어올리는 데 힘쓴다.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은 분야를 막론하고 스며들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중이다. 여행도 웰니스의 시대를 맞이했다. 건강을 주제로 청정한 자연을 바탕 삼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형태가 주목받는다. 아울러 문화 시설도 적절한 거리두기에 신경 쓰는 동시에 명상, 요가 등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녹여내며, 미용 시설에서도 케어 영역 외에 머물며 쉴 수 있는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끌어안는다. 웰니스를 가장 중요한 테마로 삼아 공간을 융합하며 확장하는 것이다. 특히 색다른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이 흐름을 따라가면서 전형적인 웰니스 공간뿐 아니라 건강과 휴식의 요소를 유연하게 소화해낸 공간도 엿보인다. 새로운 공간으로 지어나가는 건강한 삶의 모습. 해소되지 못하고 가라앉은 짙은 피로감을 온전히 풀어낼 현대의 웰니스 공간을 소개한다.



        YOGA ACADEMY        

Into the Abyss
밀밀아(密謐阿)

Design / 100A associates(백에이어소시에이츠)·김동수, 류종경, 정진욱
Construction / 100A associates(백에이어소시에이츠)·김동수, 정진욱
Location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Area / 140㎡
Photograph / 김재윤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시 한복판에 움튼 비밀스러운 공간. 이태원의 가파른 언덕길에 자리한 밀밀아는 지친 몸과 마음을 요가로 치유하는 도심 속 안식처다. 전문 강습과 스테이를 위한 장소인 만큼 요가의 본질과 수련 과정을 공간에 심도 깊게 녹여내고자 했으며 요가 철학에서 깊은 고요의 언덕이라는 테마를 이끌어내 정적인 분위기를 그렸다. 전반적으로 사색적인 톤을 유지하는데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요가 수련 과정을 차용해 입체적인 시퀀스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아쉬탕가 요가의 8단계 수련 과정을 3단계로 압축해 공간을 짰다.

첫 번째 단계는 정화를 의미하는 윤리적 단계로 사용자가 공간에 진입하는 순간을 아우른다. 주택 사이에 위치한 외관은 주변과 다른 결이 느껴지도록 검은색 열연강판을 반듯한 사각형으로 시공해 낯선공간을 인식시킨다. 문을 열고 어둡고 긴 복도를 따라 걷는 동안 방문객은 도시의 숨 가쁜 호흡을 지우며 고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강습실은 감각을 조절하는 육체적 단계에 해당하는데 천장, 벽, 바닥을 차분한 색감의 나무로 마감해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육중한 돌 기둥을 세워 공간에 힘을 실었으며 정원 쪽으로 통창을 설치해 자연과 소통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단계는 명상 공간과 목욕 공간에서 표현된다. 검은색을 입히고 조명을 최소화한 뒤 이끼 낀 돌처럼 가공하지 않은 자연을 들인 공간은 깊이 있는 비움을 상징하며 번뇌와 고통, 더 나아가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리는 경지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GALLERY        

Into the Art
국제갤러리 K1

Design / OURSTUDIO(1층), TEOYANG STUDIO(지하 1층, 2층, 3층)
Construction / HEDURBAN STUDIO
Location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4
Area / 레스토랑 158㎡, 요가 홀 62㎡, Wellness K 162㎡
Photograph / STUDIO SIM·심윤석

고즈넉한 삼청동 풍경 아래, 일상의 모든 순간을 예술로 채워내는 곳. 최근 재개관한 국제갤러리 K1은 갤러리처럼 기획한 카페와 레스토랑뿐 아니라 웰니스 센터를 포용해 라이프스타일과 예술이 결합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갤러리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 웰니스 가치를 심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지하 1층, 2층과 3층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담당한 TEOYANG STUDIO는 다양한 미술 작품이 걸려 있는 ‘컬렉터의 집’ 을 모티브 삼아 방문객이 삶의 공간에서 예술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다. 모던한 갤러리 특성을 바탕으로 비움의 미학을 살린 공간은 우드 톤과 단정한 면으로 매만진 고급스러운 미감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2층에 자리한 The Restaurant은 간결한 화이트 톤 바탕에 차분하고 묵직한 우드 가구를 활용해 고아한 멋이 깃들었다. 특히 양혜규 작가의 설치 작품과 벽지 작업이 넓게 반영돼 레스토랑에서의 미식 경험을 예술적이고 풍성하게 끌어올린다. 중앙 천장에는 미술가 Sol LeWitt의 입방체 구조를 참조한 대표 연작 ‘솔르윗 뒤집기’ 가 설치됐으며, 런던 디자인 그룹Oliver Knight & Rory McGrath와 협업한 벽지 ‘이모저모토템’ 의 일부가 차용돼 특별하다. 3층에는 예술이 주는 영감을 나누며 심신의 건강에 집중한 Wellness K가 계획됐는데, 미술과 운동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계한 점이 인상적이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의 결을 이어가면서 프라이빗 짐과 2층의 요가 홀 등 웰니스를 증진하는 다양한 영역을 마련했으며, 곳곳에 다채로운 작품을 두어 숨쉬듯이 예술을 음미할 수 있다.


        SPA        

Journey to Wonderland
FOREST FOR REST

Design / leaping creative
Location / Chongqing, China
Area / 2,700㎡
Photograph / Minjie WANG

서구 문화가 유입되며 급격한 변화를 겪은 현대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전통이 오히려 새로운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중국의 풋스파 FOREST FOR REST는 전통 의술에서 유래한 족욕을 색다른 힐링 요법으로 제안한다. 족욕을 낯설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친근한 인상으로 다가가고 여유로운 휴식을 선사하고자 자연을 패셔너블하게 재해석한 디자인을 펼치는 동시에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로 구조를 형성해 흥미를 극대화했다. 공간은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는데, 이는 사막을 헤매며 지친 여행자가 오아시스를 만나 새로운 힘을 얻고 결국 원더랜드에 도착하는 여정을 의미한다. 아울러 활력을 상징하는 딱정벌레를 여정의 안내자로 설정해 공간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오묘한 색이 감도는 아연 판이 동굴처럼 시공돼 도심에서 신비로운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여정이 시작되는 대기 구역은 흙색을 입히고 곡선형 벽을 겹겹이 배치해 사막 풍경을 재현했다. 휴게실은 밤이 내려앉은 숲처럼 연출해 번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어두운색 테라조로 마감하고 조명을 최소화해 고요한 분위기를 담았으며 초록색과 선인장 조형물을 활용해 콘셉트를 부각했다. 신발을 갈아 신는 구역도 숲 이미지를 이어갔다. 잔디로 장식한 좌석에 희미한 달빛을 연상시키는 원형 조명과 천장 거울을 더해 몽환적인 이곳은 이어질 족욕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한다. 여정의 목적지인 족욕실은 차분한 회색에 짙은 초록색을 더해 고객이 긴장을 풀고 평온한 쉼을 찾을 수 있는 원더랜드로 완성했다.



        BEAUTY SALON        

Beautiful Chillaxing
Say No Mo

Design / balbek bureau
Location / Kyiv, Ukraine
Area / 200㎡
Photograph / Yevhenii Avramenko

외모를 가꾸는 손길은 마음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미용으로 행복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Say No Mo의 클라이언트는 외모를 관리하며 힐링하는 새로운 차원의 복합 뷰티 공간을 꿈꿨고, 디자이너는 미용실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와 성별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인테리어로 한층 참신한 정체성을 정립했다. 헤어 케어, 손톱 관리, 메이크업 등 각종 미용 활동을 포괄하는 이 공간은 편히 쉴 수 있는 라운지와 매니큐어 케어를 받으며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바를 갖춰 일상 속 휴가공간으로 거듭났다.

중성적 색채와 거친 소재를 전면에 드러내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장소임을 나타냈는데 상이한 색, 물성, 콘셉트를 병용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공간 성격을 암시했다. 공간의 지향성은 콘크리트 아치에서 더욱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리셉션 뒤 벽면 아치를 무너진 건물의 잔해처럼 거칠게 가공해 미용에 대해 고착화된 인식을 깨려는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아치중앙에는 금색 스테인리스 스틸로 두른 기둥을 설치해 강렬한 대비감이 느껴진다. 금색 패널은 벽면으로 이어지며 입구, 바, 페디큐어 구역을 시각적으로 결합하는데, 바에 회색 카운터를 배치하고 페디큐어 구역은 흰색 타일과 옛 욕조로 목욕탕처럼 연출하는 가운데 회색 가구와 금색 포인트를 이용해 통일감을 심으면서도 구역별 특색을 살렸다. 

바 뒤로 이어지는 네일아트실은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바닥 수조에 공을 채워 넣고 외벽에 동그란 전구를 장식해 위트를 더했으며, 지하에 자리한 헤어 케어와 메이크업 구역은 천장이 낮고 자연광이 없는 조건을 보완하기 위해 흰색과 대형 거울을 대담하게 활용함으로써 초현실적 분위기까지 이끌어냈다.



        Restaurant & Bar        

A Deep Silence
Secret Bar

Design / Atelier xy·Qi Xiaofeng, Wang Yuyang, Chen Xi
Location / Jing’ an, Shanghai, China
Area / 160㎡
Photograph / Su Sheng Liang(표기한 사진 외), Hu Yanyun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모이는 상하이. 북적한 도시의 틈새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이 있다. 이름부터 비밀스러움이 느껴지는 Secret Bar는 동굴을 닮은 어둡고 아늑한 구조에 시공간이 일그러진 듯한 신비로운 빛을 머금어 완성됐다. 일상에서 분리된 것처럼 환상적이고 명상적인 공간은 방문객을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 길고 어두운 복도와 계단을 지나 올라가면 도시와 단절된 미스터리한 공간감이 기대를 고조한다. 리셉션은 조도를 낮추고 노란빛을 활용해 안정적인 느낌을 조성하며, 좁은 문과 창 너머로 은은하게 빛나는 메인 공간을 엿보게 만든다. 내부는 12m에 이르는 기다란 공용바 공간과 VIP 룸을 비롯한 챔버 공간으로 나뉘는데, 그 사이에 거대한 유리 벽을 도입해 유연하면서 신비롭게 내부를 구획한 점이 인상적이다. 아울러 곤충 애호가인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반영함으로써 메인 데커레이션 소재로 곤충 오브제를 활용해 더욱 이색적이다. 메인바 영역은 공간을 따듯하게 감싸듯 버마 티크 우드 패널을 천장과 벽에 시공하고 규칙적으로 배열한 정사각형 홈에 곤충을 두어 고요하지만 야성적인 멋을 갖췄다. 여기에 가죽, 구리를 활용해 고즈넉하고 앤티크한 느낌을 높였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유리 벽은 표면이 비정형적인 유리 벽돌로 만들어져 빛을 모호하게 투영하며, 중앙에 노란빛을 내는 투명 패널을 심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내부에 수납형 사이드 테이블을 갖춰 기능성까지 고려했다. 벽 너머 자리한 룸은 더 어둡게 연출하되 유리 벽돌을 거쳐 산란하는 빛과 입체적인 소재의 존재감이 강조돼 기분 좋은 적막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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