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맛보다
2020 Cafe & Restaurant Trend
취재 신은지, 한성옥
아침을 여는 한잔의 커피,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그릇의 식사를 떠올려본다. 무언가를 음미하는 순간은 익숙하지만 평온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듯하다.
맛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 아닐까. 당연한 일상을 색다른 감각으로 채워내는 식음 공간의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본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변화한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식품과 외식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음식은 다양한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편리미엄을 추구해온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간편식과 배달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며, 외출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홈 카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카페와 레스토랑 공간의 존재 가치가 우려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공간에 머물러야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잠시 일상을 환기하는 공간 경험부터 깊은 미식의 세계로 몰입하게 만드는 분위기와 감각적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셰프의 쿠킹 쇼까지. 경험 디자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여러 업체는 다양한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유한 테마를 구현하는 등 공간만이 선사하는 강점을 찾아 카페와 레스토랑의 경쟁력을 높이려 힘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도 SNS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 중에는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빠지지 않는다. 드라마 세트를 방불케 하는 테마형이나 곳곳에 포토 스팟을 마련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식음 공간 등 색다른 프로그램과 콘셉트를 녹여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머나먼 휴양지에 놀러 온 듯 자연과 하나가 된 공간이 꾸준히 인기인데, 맥시멀한 그리너리 요소를 활용해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 마음을 리프레시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카페는 테라피를 결합한 문화적인 치유 공간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아울러 강렬한 비주얼뿐 아니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인을 타겟팅해 지속 가능성, 비건 등의 가치를 반영한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음식 메뉴와 더불어 공간에도 가치를 반영해 재활용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완결성 있는 디자인을 시도한다. 공간의 복합화가 이루어지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데, 국내에서는 판매와 식음을 결합해 이전에 없던 레이아웃을 보여주거나 체험형 콘텐츠와 즐길 거리를 풍부하게 배치하는 등 실험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한편 감염병에 대한 우려와 신기술의 발전은 식음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점치게 만든다. 다양한 푸드테크가 공간에 접목되면서 원활한 테이크 아웃과 그랩 앤고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구조가 대두되며,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로봇과 키오스크의 사용이 보편화된다. 또 꾸준히 성장해온 프라이빗 이코노미 트렌드에 따라 원테이블 레스토랑처럼 소규모 고객을 타겟팅한 프라이빗 다이닝룸은 맞춤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전하고 편안한 식사 환경을 보장해 새롭게 인기를 끈다. 소비자의 필요를 적극 수용하며 다채롭고 견고한 자세로 미래를 향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이번 테마를 통해 식음 공간의 주요 흐름을 읽어가면서, 바라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독창적인 콘셉트의 공간을 만끽해본다.
For the Concept+er
콘셉트가 시장을 지배한다. 오감을 만족할 콘셉트의 공간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현대 소비자들은 수준 높은 콘텐츠와 화려한 비주얼을 갖춘 공간을 자신의 시각으로 편집하고 소유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SNS를 통해 이미지를 공유하고, 소비하고, 찾는 행위에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분야에 따라 다양한 테마를 시도하기 좋은 식음 공간은 마치 맛을 공간으로 구현한 듯 입체적인 인테리어로 선명한 추억을 선사한다. 개성 있는 콘셉트를 통해 음식뿐 아니라 공간의 풍미를 높여 미식 경험을 각인하며, 때로는 맥시멀한 디자인 감각을 강조해 식음 공간 이상의 자극적인 경험으로 짜릿한 일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른다.
호족반
Design / Kovalt studio
Construction / Kovalt studio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39, 1층
Area / 55㎡
Photograph / Kang Mingu
서로 다른 문화 요소를 절묘하게 융합해 편안하면서도 볼 때마다 색다른 장면을 발견하는 공간. 서양 한식을 다루는 레스토랑 호족반은 한식을 바탕으로 서양 재료를 가미해 참신한 메뉴를 선보이듯 공간에서도 익숙하지만 이색적인 감각을 만끽하도록 계획됐다. 프로젝트를 이끈 Kovalt studio는 한식에서 연상되는 전통 형태를 재해석하되, 전체 뉘앙스는 동양적으로 풀어내고 디테일에 위트를 더해 디자인을 다채롭게 변주하며 요소 간 밸런스를 잡았다. 톤 다운된 터콰이즈 블루 계열 타일로 마감한 파사드는 전통 창살을 독특하게 표현한 벽과 어우러져 캐주얼한 앤티크 감성을 드러낸다. 호족반의 한자를 네온사인으로 제작해 재미있는 포인트를 준 진입부를 지나면 예스러우면서도 발랄한 인상이 깃든 내부가 나타난다. 직사각형 평면을 따라 주방과 좌석을 배치했는데, 부드러운 우드 톤을 바탕으로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전통 요소가 이어져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느껴진다. 지그재그 라인이 돋보이는 천장은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요소다. 이는 창살의 패턴을 차용한 것으로 사이마다 거울을 두어 사선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아울러 알록달록한 패치워크처럼 바닥과 벽에 다양한 패턴을 믹스 앤 매치했는데, 일관된 콘셉트 아래 전반적인 우드 톤과 어울리도록 조율해 풍성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가구와 집기에는 호족반 형태를 적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렸다.
The New Identity
상품이 아니라 가치를 구매하는 시대. 이 시대의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갈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를 꾸리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브랜딩 전략은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도하는 밀레니얼과 영포티 세대 등 소비층을 섬세히 타겟팅해 오래된 콘셉트와 네이밍을 변화하고 새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려 노력한다. 특히 경험의 장으로서 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공간의 맥락을 깊게 읽어내고자 지역성을 풍부하게 반영해 한 장소만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을 구현한다. 주변의 도시 이미지와 주 이용자의 니즈를 읽고 유연하게 대처해 정체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다진다.
배스킨라빈스 압구정 스토어
Design / NiiiZ DESIGN LAB·박성철
Design Team / NiiiZ DESIGN LAB·한아름, 박정우, 임수정, 최다진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204
Area / 121㎡
Photograph / SNAP by TAQ.C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기존 브랜딩 디자인에서 과감히 노선을 바꿔 압구정만을 위한 특별한 콘셉트 스토어를 선보였다. 디자인을 맡은 NiiiZ DESIGN LAB은 지역 특유의 이미지와 호텔과 상권의 변화 등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남을 고려해 일반 아이스크림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따듯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원 톤과 조형성을 강조해 공간을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게 하고 실험적 구조를 적용함으로써 익숙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 특징을 반영한 차별화된 상징성을 갖추게 됐다. 기존의 알록달록한 브랜드 컬러가 아니라 차분한 브라운 톤을 입은 외관은 아치를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아티스틱한 내부를 최대한 노출해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내부는 중앙에 큼직한 아일랜드 카운터를 두고 카운터에서 연결된 바에 좌석을 마련하거나 공간 가장자리에 테이블을 배치해 유동적인 동선과 이색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브라운, 베이지 등 따듯한 계열의 색을 공통으로 활용하되 테라코타와 도장 등 다양한 질감으로 표현해 단조롭지 않도록 신경 쓴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부드러운 곡선을 매장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주요 요소로 활용했는데, 외부에서 보인 아치를 벽에 적용해 흐름을 이어가면서 중앙 카운터 위에도 따스한 전구 조명을 물결치는 아치로 표현해 예술적인 조형을 드러냈다.
Easy but Fine Dining
간편식은 ‘한 끼 때운다’ 고 말할 정도로 바쁠 때 대충 먹는 음식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혼밥과 혼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간편식의 새 시대가 열렸다. 편리하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추구하는 편리미엄 트렌드와 조우해 유명 맛집이나 셰프의 레시피를 활용하거나 독특한 콘셉트를 입혀 심리적 만족을 선사하는 제품이 앞다투어 출시되는 것이다. 간편식 전문 브랜드가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을 결합한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을 오픈하는 경향도 눈에 띄는데, 자사 상품을 콘텐츠화해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브랜드를 차별화하며 새로운 푸드 트렌드를 견인하는 플랫폼으로 자리한다.
COOKAT MARKET
Design / uncommon.d
Construction / uncommon.d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COEX MALL B1, H103
Area / 350㎡
Photograph / dot kim·김재민
푸드 콘텐츠와 F&B PB 상품을 선보이며 고품격 간편식 시장을 선도하는 쿠캣이 그로서란트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은 마켓과 레스토랑으로 구성해 상품을 다각도에서 경험하도록 했으며 두 영역에 각기 다른 콘셉트를 부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반영한 디자인 요소를 삽입해 방문객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신경 썼다. 외관은 쿠캣의 고양이 캐릭터와 시그니처 컬러인 주황색을 활용해 친근한 첫인상을 전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목재로 둘러싸 밝고 편안한 마켓 구역을 마주하게 되는데 간편식, 주류, PB 상품 등 제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진열하는 한편 구매한 상품을 간단히 취식할 수 있는 셀프 바를 조성해 편의성을 도모했다. 마켓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어 계산대 하단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하고 그 위에 조명형 캐노피를 설치했으며, 주황색을 포인트로 활용해 발랄함을 극대화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선명하게 드러냈다. 쿠캣의 PB 상품을 잘 차려진 요리 한 상으로 재탄생시킨 레스토랑은 메뉴 고급화 전략에 맞춰 한결 차분한 톤을 부여했다. 미국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웨스턴 레트로 인테리어가 특징인데, 이는 PB 상품 패키지의 디자인 콘셉트를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네모반듯한 붉은색 타일, 짙은 푸른색 좌석, 육각형 소스 진열대 등 레트로한 이미지 요소를 엄선해 콘셉트를 깔끔하게 전개했다. 아울러 한쪽 벽면에 목재와 스테인리스 스틸 등 마켓과 동일한 소재를 적용해 서로 다른 스타일의 매장을 융합한 공간 성격에 부합하는 통일감을 이끌어냈다.
The Delicious Show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웍을 흔들어 맛을 내는 볶음 요리, 좌우로 오가는 손길에 가닥가닥 늘어나는 수타면, 높은 곳에서 흩뿌리는 향신료. 날것의 식재료를 맛깔나는 요리로 변신시키는 과정은 눈과 귀, 입으로 즐기는 공감각적 쇼다. SNS나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 공유가 보편화되면서 식문화에서 시각 요소의 중요성이 확대됐다. 이에 레스토랑은 주방을 개방하거나 공간의 중심에 배치해 고객이 요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이색적인 조리 방식을 개발해 호기심을 유발하며 식사를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승화한다.
Qualia
Design / Serie Architects·Chris Lee, Kapil Gupta
Location / Mumbai, India
Area / 370㎡
Photograph / Jordi Huisman
인도 뭄바이에 자리한 레스토랑 Qualia는 한 접시의 요리로 끝맺는 연극을 펼치는 극장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쇼처럼 보여주어 흥미진진한 식사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이곳은 주방을 고객의 눈앞으로 끌어왔다. 하지만 단순하게 주방을 완전히 개방하지는 않았다. 연극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조명을 끄고 무대에만 불을 밝혀야 하듯 공간을 영민하게 가리고 드러내 주방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무대 연출의 주역은 바로 청동 커튼. 체인 형태의 청동을 실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이를 유려한 곡선 형태로 이어 공간을 구획하고 주방을 프레임화했다. 청동 커튼은 길이가 100m에 달하는 직사각형 공간을 효과적으로 나누면서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는데, 청동의 묵직함이 단절감을 주면서도 성긴 짜임 너머로 언뜻언뜻 반대편을 보여주어 시야를 절묘하게 조율한다. 커튼을 일렁이는 듯한 형태로 설치해 율동감을 부여한 점도 특징이다. 피자 화덕과 가열 기구가 있는 라이브 쿠킹 스테이션, 베이커리, 바로 구성된 주방을 구역별로 보여주고자 커튼을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 배치했으며 커튼 길이를 조절해 액자처럼 마무리했다. 조리대 전면과 바닥에 적용한 검은색 테라조는 청동과 시각적으로 자연스레 이어져 공간 흐름이 매끄럽다.
Read the Urban Context
다양한 가치가 거세게 충돌하고 때로는 아찔하게 공존하는 도시. 무한한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도시에서는 오히려 고유한 이야기를 보존하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읽어낸 공간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돕는다. 하지만 과거의 시간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섬세한 스타일링을 구현할 뿐 아니라 현대적 흐름을 따라 새로운 도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중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식음 공간은 유구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일상 속에서 가까이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VyTA Farnese
Architect / COLLIDANIELARCHITETTO
Location / via Dei Baullari, 106 - 00186 Rome (RM), Italy
Area / 130㎡
Photograph / Matteo Piazza
로마의 유서 깊은 지역이자 현대 밤 문화의 중심지인 캄포 데 피오리(Campo de’ Fiori) 인근의 파르네세 광장(Piazza Farnese)에 고혹적인 역사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카페 겸 바 VyTA Farnese가 자리한다. 공간은 강렬한 그린과 핑크 주조로 르네상스 스타일과 유러피안 모더니즘이 감각적 조화를 이룬다. 아울러 도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일반 바 형태에서 벗어나 테이크 아웃만을 위한 개구부를 만든 점이 흥미롭다. 외관은 예스러운 기존 구조를 살려 아치형 입구와 창을 마련했는데, 내부를 노출하기보다 블랙 프레임으로 액자 너머를 보듯 절제해 호기심을 높인다. 농밀한 그린 톤을 입은 내부는 형이상학적 요소와 기하학 형태 등 르네상스 모티브를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 맥시멀한 컬러와 소재로 풍성하게 연출됐다. 일렁이는 마블 무늬가 인상적인 그린 톤의바닥 타일은 핑크 컬러 배색의 마름모꼴 패턴을 통해 입체적으로 마무리됐으며, 천장에는 이와 유사한 사각형이 골드 컬러의 스틸 몰딩으로 차용돼 통일감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아치 요소를 밀레니얼 핑크 컬러의 광택 있는 메탈과 결합해 진열대나 벽 장식으로 반복하는 등 조형성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Be the Nature
자연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디자인이다. 작은 잎사귀나 꽃잎 한 장까지도 다채로운 모티브로 활용되는 자연. 도시를 디자인하는 이들은 건물이 늘어선 회색 세계에 푸르른 생기를 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식물을 들이기보다 이를 돋보이게 할 조형 요소에 힘써 개성적이고 짜임새 있는 공간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바닥이나 화분뿐 아니라 행잉 오브제와 벽 장식, 나아가 테이블을 개조해 작은 개울을 형성하는 등 자연 요소를 다채롭게 소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웃도어 영역은 안전하고 쾌적하며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인기를 끈다. 서브 공간이었던 테라스가 메인으로 부상해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끼도록 유도하며, 피서지 느낌을 살리거나 미로처럼 조성하는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곁들이기도 한다.
The Village Cafe
Architect / Portal 92·Aanchal Sawhney, Sagar Goyal
Design Team / Portal 92·Aanchal Sawhney, Sagar Goyal, Praneet Singh, Varsha Rath, Astha Verma
Location / Moradabad, Uttar Pradesh, India
Area / 600㎡
Photograph / Niveditaa Gupta
담 너머 푸른 잎사귀가 반겨주는 시골길을 걷는 느낌. 하지만 정감 있으면서도 기묘한 아름다움이 흐른다. 인도 북부 도시 모라다바드(Moradabad)에 문을 연 The Village Cafe는 농촌 거주지를 모티브로 한 아웃도어 공간이 인상적이다. 시골길을 연상시키는 다층적 구조와 테라코타 석고, 스톤 등 현지 소재를 활용해 도시화가 진행되는 모라다바드에서 고유한 지역성을 보존하며 자연을 느끼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주제를 직관적으로 풀지 않고 기하학 형태와 유기적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시골 풍경을 초현실적으로 재해석해 새롭다. 계단을 올라가면 탁 트인 하늘 아래 카페가 위치하는데, 붉은 테라코타 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가 넓게 구성돼 자유로운 인상을 전한다. 아웃도어를 강조한 만큼 반원형 루프를 갖춘 메인 바 겸 카운터 역시 야외에 배치했다. 좌석은 테라코타 벽으로 다채롭게 구분짓되 높낮이를 달리하거나 사선, 원형 보이드 등을 적용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 다이내믹하고 유기적인 흐름을 표현했다. 특히 벽과 파티션이 하나의 거대한 화분처럼 활용되는 점이 흥미롭다. 상단에 푸르른 식물과 나무를 풍성하게 식재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또 테라스 일부에는 현지에서 수집한 검은색 카다파(Kadappa) 석재로 바닥을 마감하고 지역 특징인 황동 수공예품을 전시해 정체성을 살렸다. 붉은 테라코타 컬러가 강조된 외부와 달리 내부는 회색 콘크리트를 베이스로 두고 원과 직선 등 기하학적인 조형을 규칙적으로 배열해 색다른 변주를 보여준다.
Into Green Ocean
친환경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그린오션이 2020년 외식산업 주요 트렌드로 선정됐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식문화도 바꿔나가는 것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지역 먹거리를 토대로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푸드 플랜이 주목받고, 폐기 처리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사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이 등장하는 등 환경 친화적 식문화의 세계는 의외로 다채롭다.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만큼 공간에도 이러한 철학을 녹여내는데 식당 한편에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비화학적 소재나 폐기물을 활용한 신소재를 실내 디자인에 활용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Silo
Design / nina+co
Location / London, United Kingdom
Photograph / Sam A Harris
식재료는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담고 내장이나 잡육 등 흔히 버려지는 식재료도 남김없이 요리에 사용하며 불가피하게 남은 음식은 퇴비로 만든다. 런던에 자리한 Silo는 이처럼 요리의 전 과정을 아울러 단 하나의 폐기물도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이다. 클라이언트는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공간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담아내기를 원했고, 프로젝트를 담당한 nina+co는 재활용했거나 생분해 가능한 소재를 활용해 부드럽고 안락한 분위기를 그려냄으로써 친환경성과 심미성의 완벽한 합을 이루었다. 코코아 로스팅 공장을 개조한 내부에는 단열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붉은 그물을 설치한 천장과 굵은 강철 트러스 등 러프한 요소가 남아있었는데, 바닥에 천연 코르크를 깔고 차분한 색을 입혀 내추럴한 이미지로 포용했다. 공간을 채운 가구와 조명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방과 맞닿은 다이닝 바의 상판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하단은 재활용 가죽으로 마감했으며 옆에 자리한 원형 다이닝 테이블의 상판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반점 무늬를 입혔기 때문이다. 일부 가구와 조명은 균사체를 활용해 친환경 소재의 다채로운 결을 보여준다. 특히 균사체로 만든 라운지 테이블과 푸프는 잘 연마된 석회석이나 누벅 가죽과 유사한 부드러운 촉감을 선사하며 단단하고 가볍기까지해 활용도가 높다. 여기에 와인 병을 재활용한 벽 조명까지 어우러져 레스토랑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Feel the Surrealism
오감은 상호작용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환경이 달라지면 촉각, 시각, 후각 등이 각기 다른 자극을 받아 궁극적으로는 맛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최상의 맛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은 음식뿐 아니라 공간 구현에도 심혈을 기울이는데,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요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정서를 담은 음악이나 향을 특별 제작하거나 미디어 월로 공간을 둘러싸 요리에 걸맞은 영상을 보여주는 등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맛을 뛰어넘는 총체적인 경험을 구현해 미식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Alchemist
Design / Studio Duncalf
Location / Refshalevej 173C DK-1432 Copenhagen, Denmark
Area / 2,043㎡
Photograph / Nick Wood, Claes Bech Poulsen, Søren Gammelmark
머리 위에서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해파리가 유영하며 북극광이 춤을 춘다. 덴마크의 셰프 Rasmus Munk가 새롭게 오픈한 레스토랑 Alchemist 의 풍경이다. 이곳은 연금술을 뜻하는 이름처럼 음식에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조합해 전혀 다른 차원의 미식 경험을 창조했다. 덴마크 국립 극장에서 사용하던 대형 창고를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면서 홀리스틱 퀴진(Holistic Cuisine)이라는 테마를 설정해 공간을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중앙에 플라네타륨형 돔을 설계해 환상적인 풍경 속으로 방문객을 초대한다. 디자이너는 먼저 돔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각각 특색 있는 콘셉트를 입혀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이끌어냈다. 여행은 3m 높이의 육중한 청동문을 열면서 시작되는데 굵은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엉킨 듯 기묘한 문 디자인이 신비로운 공간을 암시한다. 여러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공간에 변주를 주는 갤러리를 지나면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바가 나타난다. 우아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연출한 바 한쪽에 3층 규모의 와인 저장고를 설치해 수직감이 극대화됐다. 2층에 설치된 유리 다리를 따라가면 레스토랑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직경 18m의 돔 안쪽을 전부 매핑 프로젝트 스크린으로 마감하고 북극광, 우주, 흩날리는 꽃 등 다양한 영상을 투사하는데, 360°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방문객은 현실을 잠시 잊고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다. 돔을 나서면 최상층에 자리한 다도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차와 디저트를 맛보며 식사를 마무리하는 이곳은 목재로 바닥을 덮고 화로를 갖춰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로 기묘한 식사 경험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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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맛보다
2020 Cafe & Restaurant Trend
취재 신은지, 한성옥
아침을 여는 한잔의 커피,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그릇의 식사를 떠올려본다. 무언가를 음미하는 순간은 익숙하지만 평온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듯하다.
맛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 아닐까. 당연한 일상을 색다른 감각으로 채워내는 식음 공간의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본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변화한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식품과 외식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음식은 다양한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편리미엄을 추구해온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간편식과 배달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며, 외출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홈 카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카페와 레스토랑 공간의 존재 가치가 우려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공간에 머물러야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잠시 일상을 환기하는 공간 경험부터 깊은 미식의 세계로 몰입하게 만드는 분위기와 감각적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셰프의 쿠킹 쇼까지. 경험 디자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여러 업체는 다양한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유한 테마를 구현하는 등 공간만이 선사하는 강점을 찾아 카페와 레스토랑의 경쟁력을 높이려 힘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도 SNS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 중에는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빠지지 않는다. 드라마 세트를 방불케 하는 테마형이나 곳곳에 포토 스팟을 마련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식음 공간 등 색다른 프로그램과 콘셉트를 녹여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머나먼 휴양지에 놀러 온 듯 자연과 하나가 된 공간이 꾸준히 인기인데, 맥시멀한 그리너리 요소를 활용해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 마음을 리프레시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카페는 테라피를 결합한 문화적인 치유 공간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아울러 강렬한 비주얼뿐 아니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인을 타겟팅해 지속 가능성, 비건 등의 가치를 반영한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음식 메뉴와 더불어 공간에도 가치를 반영해 재활용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완결성 있는 디자인을 시도한다. 공간의 복합화가 이루어지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데, 국내에서는 판매와 식음을 결합해 이전에 없던 레이아웃을 보여주거나 체험형 콘텐츠와 즐길 거리를 풍부하게 배치하는 등 실험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한편 감염병에 대한 우려와 신기술의 발전은 식음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점치게 만든다. 다양한 푸드테크가 공간에 접목되면서 원활한 테이크 아웃과 그랩 앤고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구조가 대두되며,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로봇과 키오스크의 사용이 보편화된다. 또 꾸준히 성장해온 프라이빗 이코노미 트렌드에 따라 원테이블 레스토랑처럼 소규모 고객을 타겟팅한 프라이빗 다이닝룸은 맞춤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전하고 편안한 식사 환경을 보장해 새롭게 인기를 끈다. 소비자의 필요를 적극 수용하며 다채롭고 견고한 자세로 미래를 향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이번 테마를 통해 식음 공간의 주요 흐름을 읽어가면서, 바라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독창적인 콘셉트의 공간을 만끽해본다.
For the Concept+er
콘셉트가 시장을 지배한다. 오감을 만족할 콘셉트의 공간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현대 소비자들은 수준 높은 콘텐츠와 화려한 비주얼을 갖춘 공간을 자신의 시각으로 편집하고 소유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SNS를 통해 이미지를 공유하고, 소비하고, 찾는 행위에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분야에 따라 다양한 테마를 시도하기 좋은 식음 공간은 마치 맛을 공간으로 구현한 듯 입체적인 인테리어로 선명한 추억을 선사한다. 개성 있는 콘셉트를 통해 음식뿐 아니라 공간의 풍미를 높여 미식 경험을 각인하며, 때로는 맥시멀한 디자인 감각을 강조해 식음 공간 이상의 자극적인 경험으로 짜릿한 일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른다.
호족반
Design / Kovalt studio
Construction / Kovalt studio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39, 1층
Area / 55㎡
Photograph / Kang Mingu
서로 다른 문화 요소를 절묘하게 융합해 편안하면서도 볼 때마다 색다른 장면을 발견하는 공간. 서양 한식을 다루는 레스토랑 호족반은 한식을 바탕으로 서양 재료를 가미해 참신한 메뉴를 선보이듯 공간에서도 익숙하지만 이색적인 감각을 만끽하도록 계획됐다. 프로젝트를 이끈 Kovalt studio는 한식에서 연상되는 전통 형태를 재해석하되, 전체 뉘앙스는 동양적으로 풀어내고 디테일에 위트를 더해 디자인을 다채롭게 변주하며 요소 간 밸런스를 잡았다. 톤 다운된 터콰이즈 블루 계열 타일로 마감한 파사드는 전통 창살을 독특하게 표현한 벽과 어우러져 캐주얼한 앤티크 감성을 드러낸다. 호족반의 한자를 네온사인으로 제작해 재미있는 포인트를 준 진입부를 지나면 예스러우면서도 발랄한 인상이 깃든 내부가 나타난다. 직사각형 평면을 따라 주방과 좌석을 배치했는데, 부드러운 우드 톤을 바탕으로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전통 요소가 이어져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느껴진다. 지그재그 라인이 돋보이는 천장은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요소다. 이는 창살의 패턴을 차용한 것으로 사이마다 거울을 두어 사선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아울러 알록달록한 패치워크처럼 바닥과 벽에 다양한 패턴을 믹스 앤 매치했는데, 일관된 콘셉트 아래 전반적인 우드 톤과 어울리도록 조율해 풍성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가구와 집기에는 호족반 형태를 적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렸다.
The New Identity
상품이 아니라 가치를 구매하는 시대. 이 시대의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갈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를 꾸리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브랜딩 전략은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도하는 밀레니얼과 영포티 세대 등 소비층을 섬세히 타겟팅해 오래된 콘셉트와 네이밍을 변화하고 새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려 노력한다. 특히 경험의 장으로서 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공간의 맥락을 깊게 읽어내고자 지역성을 풍부하게 반영해 한 장소만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을 구현한다. 주변의 도시 이미지와 주 이용자의 니즈를 읽고 유연하게 대처해 정체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다진다.
배스킨라빈스 압구정 스토어
Design / NiiiZ DESIGN LAB·박성철
Design Team / NiiiZ DESIGN LAB·한아름, 박정우, 임수정, 최다진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204
Area / 121㎡
Photograph / SNAP by TAQ.C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기존 브랜딩 디자인에서 과감히 노선을 바꿔 압구정만을 위한 특별한 콘셉트 스토어를 선보였다. 디자인을 맡은 NiiiZ DESIGN LAB은 지역 특유의 이미지와 호텔과 상권의 변화 등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남을 고려해 일반 아이스크림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따듯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원 톤과 조형성을 강조해 공간을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게 하고 실험적 구조를 적용함으로써 익숙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 특징을 반영한 차별화된 상징성을 갖추게 됐다. 기존의 알록달록한 브랜드 컬러가 아니라 차분한 브라운 톤을 입은 외관은 아치를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아티스틱한 내부를 최대한 노출해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내부는 중앙에 큼직한 아일랜드 카운터를 두고 카운터에서 연결된 바에 좌석을 마련하거나 공간 가장자리에 테이블을 배치해 유동적인 동선과 이색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브라운, 베이지 등 따듯한 계열의 색을 공통으로 활용하되 테라코타와 도장 등 다양한 질감으로 표현해 단조롭지 않도록 신경 쓴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부드러운 곡선을 매장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주요 요소로 활용했는데, 외부에서 보인 아치를 벽에 적용해 흐름을 이어가면서 중앙 카운터 위에도 따스한 전구 조명을 물결치는 아치로 표현해 예술적인 조형을 드러냈다.
Easy but Fine Dining
간편식은 ‘한 끼 때운다’ 고 말할 정도로 바쁠 때 대충 먹는 음식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혼밥과 혼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간편식의 새 시대가 열렸다. 편리하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추구하는 편리미엄 트렌드와 조우해 유명 맛집이나 셰프의 레시피를 활용하거나 독특한 콘셉트를 입혀 심리적 만족을 선사하는 제품이 앞다투어 출시되는 것이다. 간편식 전문 브랜드가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을 결합한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을 오픈하는 경향도 눈에 띄는데, 자사 상품을 콘텐츠화해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브랜드를 차별화하며 새로운 푸드 트렌드를 견인하는 플랫폼으로 자리한다.
COOKAT MARKET
Design / uncommon.d
Construction / uncommon.d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COEX MALL B1, H103
Area / 350㎡
Photograph / dot kim·김재민
푸드 콘텐츠와 F&B PB 상품을 선보이며 고품격 간편식 시장을 선도하는 쿠캣이 그로서란트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은 마켓과 레스토랑으로 구성해 상품을 다각도에서 경험하도록 했으며 두 영역에 각기 다른 콘셉트를 부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반영한 디자인 요소를 삽입해 방문객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신경 썼다. 외관은 쿠캣의 고양이 캐릭터와 시그니처 컬러인 주황색을 활용해 친근한 첫인상을 전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목재로 둘러싸 밝고 편안한 마켓 구역을 마주하게 되는데 간편식, 주류, PB 상품 등 제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진열하는 한편 구매한 상품을 간단히 취식할 수 있는 셀프 바를 조성해 편의성을 도모했다. 마켓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어 계산대 하단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하고 그 위에 조명형 캐노피를 설치했으며, 주황색을 포인트로 활용해 발랄함을 극대화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선명하게 드러냈다. 쿠캣의 PB 상품을 잘 차려진 요리 한 상으로 재탄생시킨 레스토랑은 메뉴 고급화 전략에 맞춰 한결 차분한 톤을 부여했다. 미국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웨스턴 레트로 인테리어가 특징인데, 이는 PB 상품 패키지의 디자인 콘셉트를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네모반듯한 붉은색 타일, 짙은 푸른색 좌석, 육각형 소스 진열대 등 레트로한 이미지 요소를 엄선해 콘셉트를 깔끔하게 전개했다. 아울러 한쪽 벽면에 목재와 스테인리스 스틸 등 마켓과 동일한 소재를 적용해 서로 다른 스타일의 매장을 융합한 공간 성격에 부합하는 통일감을 이끌어냈다.
The Delicious Show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웍을 흔들어 맛을 내는 볶음 요리, 좌우로 오가는 손길에 가닥가닥 늘어나는 수타면, 높은 곳에서 흩뿌리는 향신료. 날것의 식재료를 맛깔나는 요리로 변신시키는 과정은 눈과 귀, 입으로 즐기는 공감각적 쇼다. SNS나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 공유가 보편화되면서 식문화에서 시각 요소의 중요성이 확대됐다. 이에 레스토랑은 주방을 개방하거나 공간의 중심에 배치해 고객이 요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이색적인 조리 방식을 개발해 호기심을 유발하며 식사를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승화한다.
Qualia
Design / Serie Architects·Chris Lee, Kapil Gupta
Location / Mumbai, India
Area / 370㎡
Photograph / Jordi Huisman
인도 뭄바이에 자리한 레스토랑 Qualia는 한 접시의 요리로 끝맺는 연극을 펼치는 극장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쇼처럼 보여주어 흥미진진한 식사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이곳은 주방을 고객의 눈앞으로 끌어왔다. 하지만 단순하게 주방을 완전히 개방하지는 않았다. 연극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조명을 끄고 무대에만 불을 밝혀야 하듯 공간을 영민하게 가리고 드러내 주방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무대 연출의 주역은 바로 청동 커튼. 체인 형태의 청동을 실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이를 유려한 곡선 형태로 이어 공간을 구획하고 주방을 프레임화했다. 청동 커튼은 길이가 100m에 달하는 직사각형 공간을 효과적으로 나누면서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는데, 청동의 묵직함이 단절감을 주면서도 성긴 짜임 너머로 언뜻언뜻 반대편을 보여주어 시야를 절묘하게 조율한다. 커튼을 일렁이는 듯한 형태로 설치해 율동감을 부여한 점도 특징이다. 피자 화덕과 가열 기구가 있는 라이브 쿠킹 스테이션, 베이커리, 바로 구성된 주방을 구역별로 보여주고자 커튼을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 배치했으며 커튼 길이를 조절해 액자처럼 마무리했다. 조리대 전면과 바닥에 적용한 검은색 테라조는 청동과 시각적으로 자연스레 이어져 공간 흐름이 매끄럽다.
Read the Urban Context
다양한 가치가 거세게 충돌하고 때로는 아찔하게 공존하는 도시. 무한한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도시에서는 오히려 고유한 이야기를 보존하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읽어낸 공간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돕는다. 하지만 과거의 시간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섬세한 스타일링을 구현할 뿐 아니라 현대적 흐름을 따라 새로운 도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중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식음 공간은 유구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일상 속에서 가까이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VyTA Farnese
Architect / COLLIDANIELARCHITETTO
Location / via Dei Baullari, 106 - 00186 Rome (RM), Italy
Area / 130㎡
Photograph / Matteo Piazza
로마의 유서 깊은 지역이자 현대 밤 문화의 중심지인 캄포 데 피오리(Campo de’ Fiori) 인근의 파르네세 광장(Piazza Farnese)에 고혹적인 역사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카페 겸 바 VyTA Farnese가 자리한다. 공간은 강렬한 그린과 핑크 주조로 르네상스 스타일과 유러피안 모더니즘이 감각적 조화를 이룬다. 아울러 도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일반 바 형태에서 벗어나 테이크 아웃만을 위한 개구부를 만든 점이 흥미롭다. 외관은 예스러운 기존 구조를 살려 아치형 입구와 창을 마련했는데, 내부를 노출하기보다 블랙 프레임으로 액자 너머를 보듯 절제해 호기심을 높인다. 농밀한 그린 톤을 입은 내부는 형이상학적 요소와 기하학 형태 등 르네상스 모티브를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 맥시멀한 컬러와 소재로 풍성하게 연출됐다. 일렁이는 마블 무늬가 인상적인 그린 톤의바닥 타일은 핑크 컬러 배색의 마름모꼴 패턴을 통해 입체적으로 마무리됐으며, 천장에는 이와 유사한 사각형이 골드 컬러의 스틸 몰딩으로 차용돼 통일감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아치 요소를 밀레니얼 핑크 컬러의 광택 있는 메탈과 결합해 진열대나 벽 장식으로 반복하는 등 조형성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Be the Nature
자연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디자인이다. 작은 잎사귀나 꽃잎 한 장까지도 다채로운 모티브로 활용되는 자연. 도시를 디자인하는 이들은 건물이 늘어선 회색 세계에 푸르른 생기를 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식물을 들이기보다 이를 돋보이게 할 조형 요소에 힘써 개성적이고 짜임새 있는 공간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바닥이나 화분뿐 아니라 행잉 오브제와 벽 장식, 나아가 테이블을 개조해 작은 개울을 형성하는 등 자연 요소를 다채롭게 소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웃도어 영역은 안전하고 쾌적하며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인기를 끈다. 서브 공간이었던 테라스가 메인으로 부상해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끼도록 유도하며, 피서지 느낌을 살리거나 미로처럼 조성하는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곁들이기도 한다.
The Village Cafe
Architect / Portal 92·Aanchal Sawhney, Sagar Goyal
Design Team / Portal 92·Aanchal Sawhney, Sagar Goyal, Praneet Singh, Varsha Rath, Astha Verma
Location / Moradabad, Uttar Pradesh, India
Area / 600㎡
Photograph / Niveditaa Gupta
담 너머 푸른 잎사귀가 반겨주는 시골길을 걷는 느낌. 하지만 정감 있으면서도 기묘한 아름다움이 흐른다. 인도 북부 도시 모라다바드(Moradabad)에 문을 연 The Village Cafe는 농촌 거주지를 모티브로 한 아웃도어 공간이 인상적이다. 시골길을 연상시키는 다층적 구조와 테라코타 석고, 스톤 등 현지 소재를 활용해 도시화가 진행되는 모라다바드에서 고유한 지역성을 보존하며 자연을 느끼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주제를 직관적으로 풀지 않고 기하학 형태와 유기적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시골 풍경을 초현실적으로 재해석해 새롭다. 계단을 올라가면 탁 트인 하늘 아래 카페가 위치하는데, 붉은 테라코타 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가 넓게 구성돼 자유로운 인상을 전한다. 아웃도어를 강조한 만큼 반원형 루프를 갖춘 메인 바 겸 카운터 역시 야외에 배치했다. 좌석은 테라코타 벽으로 다채롭게 구분짓되 높낮이를 달리하거나 사선, 원형 보이드 등을 적용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 다이내믹하고 유기적인 흐름을 표현했다. 특히 벽과 파티션이 하나의 거대한 화분처럼 활용되는 점이 흥미롭다. 상단에 푸르른 식물과 나무를 풍성하게 식재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또 테라스 일부에는 현지에서 수집한 검은색 카다파(Kadappa) 석재로 바닥을 마감하고 지역 특징인 황동 수공예품을 전시해 정체성을 살렸다. 붉은 테라코타 컬러가 강조된 외부와 달리 내부는 회색 콘크리트를 베이스로 두고 원과 직선 등 기하학적인 조형을 규칙적으로 배열해 색다른 변주를 보여준다.
Into Green Ocean
친환경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그린오션이 2020년 외식산업 주요 트렌드로 선정됐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식문화도 바꿔나가는 것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지역 먹거리를 토대로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푸드 플랜이 주목받고, 폐기 처리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사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이 등장하는 등 환경 친화적 식문화의 세계는 의외로 다채롭다.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만큼 공간에도 이러한 철학을 녹여내는데 식당 한편에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비화학적 소재나 폐기물을 활용한 신소재를 실내 디자인에 활용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Silo
Design / nina+co
Location / London, United Kingdom
Photograph / Sam A Harris
식재료는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담고 내장이나 잡육 등 흔히 버려지는 식재료도 남김없이 요리에 사용하며 불가피하게 남은 음식은 퇴비로 만든다. 런던에 자리한 Silo는 이처럼 요리의 전 과정을 아울러 단 하나의 폐기물도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이다. 클라이언트는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공간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담아내기를 원했고, 프로젝트를 담당한 nina+co는 재활용했거나 생분해 가능한 소재를 활용해 부드럽고 안락한 분위기를 그려냄으로써 친환경성과 심미성의 완벽한 합을 이루었다. 코코아 로스팅 공장을 개조한 내부에는 단열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붉은 그물을 설치한 천장과 굵은 강철 트러스 등 러프한 요소가 남아있었는데, 바닥에 천연 코르크를 깔고 차분한 색을 입혀 내추럴한 이미지로 포용했다. 공간을 채운 가구와 조명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방과 맞닿은 다이닝 바의 상판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하단은 재활용 가죽으로 마감했으며 옆에 자리한 원형 다이닝 테이블의 상판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반점 무늬를 입혔기 때문이다. 일부 가구와 조명은 균사체를 활용해 친환경 소재의 다채로운 결을 보여준다. 특히 균사체로 만든 라운지 테이블과 푸프는 잘 연마된 석회석이나 누벅 가죽과 유사한 부드러운 촉감을 선사하며 단단하고 가볍기까지해 활용도가 높다. 여기에 와인 병을 재활용한 벽 조명까지 어우러져 레스토랑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Feel the Surrealism
오감은 상호작용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환경이 달라지면 촉각, 시각, 후각 등이 각기 다른 자극을 받아 궁극적으로는 맛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최상의 맛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은 음식뿐 아니라 공간 구현에도 심혈을 기울이는데,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요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정서를 담은 음악이나 향을 특별 제작하거나 미디어 월로 공간을 둘러싸 요리에 걸맞은 영상을 보여주는 등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맛을 뛰어넘는 총체적인 경험을 구현해 미식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Alchemist
Design / Studio Duncalf
Location / Refshalevej 173C DK-1432 Copenhagen, Denmark
Area / 2,043㎡
Photograph / Nick Wood, Claes Bech Poulsen, Søren Gammelmark
머리 위에서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해파리가 유영하며 북극광이 춤을 춘다. 덴마크의 셰프 Rasmus Munk가 새롭게 오픈한 레스토랑 Alchemist 의 풍경이다. 이곳은 연금술을 뜻하는 이름처럼 음식에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조합해 전혀 다른 차원의 미식 경험을 창조했다. 덴마크 국립 극장에서 사용하던 대형 창고를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면서 홀리스틱 퀴진(Holistic Cuisine)이라는 테마를 설정해 공간을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중앙에 플라네타륨형 돔을 설계해 환상적인 풍경 속으로 방문객을 초대한다. 디자이너는 먼저 돔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각각 특색 있는 콘셉트를 입혀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이끌어냈다. 여행은 3m 높이의 육중한 청동문을 열면서 시작되는데 굵은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엉킨 듯 기묘한 문 디자인이 신비로운 공간을 암시한다. 여러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공간에 변주를 주는 갤러리를 지나면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바가 나타난다. 우아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연출한 바 한쪽에 3층 규모의 와인 저장고를 설치해 수직감이 극대화됐다. 2층에 설치된 유리 다리를 따라가면 레스토랑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직경 18m의 돔 안쪽을 전부 매핑 프로젝트 스크린으로 마감하고 북극광, 우주, 흩날리는 꽃 등 다양한 영상을 투사하는데, 360°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방문객은 현실을 잠시 잊고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다. 돔을 나서면 최상층에 자리한 다도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차와 디저트를 맛보며 식사를 마무리하는 이곳은 목재로 바닥을 덮고 화로를 갖춰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로 기묘한 식사 경험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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