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강력함
Kehai House
Architects / HW STUDIO
Location / 모렐리아, 멕시코
Area / 95㎡
Photographer / César Béjar IG
멕시코 모렐리아(Morelia)의 케하이 하우스(Kehai House)는 에이치더블유 스튜디오(HW Studio)를 이끄는 로헬리오 바예호 보레스(Rogelio Vallejo Bores)가 자신을 위해 설계한 주택이다. 2025년 완공된 약 95㎡ 규모의 집은 선(禪) 사상과 일본 건축에 대한 오랜 탐구를 바탕으로 벽과 지붕이 아니라 그 안에 품은 ‘비움’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집의 출발점은 오카쿠라 가쿠조(Okakura Kakuzō)가 남긴 ‘비움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기에 강력하다’는 생각이다. 건축가는 타인의 꿈을 형태로 만들어 온 건축가로서 자신의 삶과 오랫동안 말해 온 건축의 언어가 일치하는 집을 짓고자 했다. 제한된 예산은 모든 선택을 명료하고 필수적인 것으로 압축하게 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선과 불교의 가르침, 일본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집의 공간적 성격을 이끌었다. 거리에서 바라본 케하이 하우스는 닫힌 상자처럼 보인다. 도시 풍경 속에 놓인 단순하고 조용한 매스는 외부에 많은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문턱을 지나면 건물은 외부를 차단하는 상자가 아니라, 섬세한 내부 세계를 보호하는 틀로 읽힌다. 중심에는 손대지 않지만 모든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돌 정원이 자리한다.
교토 사찰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돌 정원은 무언가를 재현하기보다 감각과 정서를 불러내기 위해 구성됐다. 회색 자갈 위에 두 개의 목재 플랫폼이 떠 있으며, 이는 바닥이라기보다 잠시 멈추고 바라보며 머무는 장소다. 정원은 장식이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중심이다. 주방과 식사 공간, 거실, 침실은 이 고요한 빈 공간을 둘러싸고 배치된다. 
정원 한쪽에는 이중 높이의 주방과 식사 공간이 놓인다. 상부의 볼륨은 화기 사용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모으도록 계획했으며, 언젠가 도시 기반 시설이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할 상황까지 고려했다. 

반대편에는 거실이 자리한다. 거실에는 큰 돌을 배치해 고요한 수면 위의 섬처럼 보이도록 했고,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거실과 식사 공간 사이에는 지붕이 있는 복도가 없다. 비가 올 때 두 공간을 오가려면 비를 맞거나,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집은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되기보다 날씨와 다시 관계 맺도록 한다. 쌀종이로 만든 쇼지(Shōji) 문은 일본적 이미지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실내외 사이의 빛을 조절하는 장치다. 쇼지를 통과한 빛은 부드럽게 확산되며, 시간에 따라 실내의 그림자와 밝기를 바꾼다. 그림자는 빛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빛이 가장 섬세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다뤄진다.
침실은 상부층에 둔 작고 사적인 공간이다. 중앙 정원에 심은 나무의 잎을 향해 난 원형 창 하나가 외부와 연결된다. 주택은 전반적으로 유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산과 이웃한 소나무, 중앙 정원의 나무처럼 꼭 필요한 대상만 바라볼 수 있도록 작은 창 세 개만 마련했다. 나머지 공간은 안쪽을 향해 닫혀 있으며, 집만의 분위기를 담는 공명 상자처럼 구성된다.
진입 동선은 위로 올라가는 대신 아래로 내려간다. 방문객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집에 들어선다. 계단은 기초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단단한 암반이 있는 지점까지 이어진다. 건축가에게 이 하강의 경험은 보이지 않는 신사의 도리이(torii)를 통과하듯 거주자가 외부의 자의식을 내려놓고 겸손한 태도로 집에 들어서는 행위이기도 하다.
케하이 하우스는 불완전하고 미완성이며 덧없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일본의 미의식과 연결된다. 집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조용히 오래 지속되며 정직한 삶의 가벼운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지어졌다. 비움을 공간의 중심에 두고, 제한된 예산과 선택적인 창, 돌 정원, 자연광, 날씨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생활의 본질에 집중한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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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강력함
Kehai House
Location / 모렐리아, 멕시코
Area / 95㎡
Photographer / César Béjar IG
멕시코 모렐리아(Morelia)의 케하이 하우스(Kehai House)는 에이치더블유 스튜디오(HW Studio)를 이끄는 로헬리오 바예호 보레스(Rogelio Vallejo Bores)가 자신을 위해 설계한 주택이다. 2025년 완공된 약 95㎡ 규모의 집은 선(禪) 사상과 일본 건축에 대한 오랜 탐구를 바탕으로 벽과 지붕이 아니라 그 안에 품은 ‘비움’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진입 동선은 위로 올라가는 대신 아래로 내려간다. 방문객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집에 들어선다. 계단은 기초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단단한 암반이 있는 지점까지 이어진다. 건축가에게 이 하강의 경험은 보이지 않는 신사의 도리이(torii)를 통과하듯 거주자가 외부의 자의식을 내려놓고 겸손한 태도로 집에 들어서는 행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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