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삶을 가꾸는 시간 - Space for Beauty (2022.9)

나, 그리고 삶을 가꾸는 시간
Space for Beauty

취재 한성옥, 최지은

아름다움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꾸준히, 그리고 섬세하게 가꾸어야만 내면부터 단단히 차오른 아름다움을 완성할 수 있는 법이다.
미에 도달하는 기나긴 여정을 그 자체로 즐거운 경험이 되게 해주는 뷰티 공간을 소개한다.

미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만큼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누구나 아름다운 대상에 끌리며 자신의 미적 기준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가꾸는 일 또한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는 보편적 행위다. 고대 이집트에서 황토, 아몬드, 콜(kohl) 성분 등을 배합한 아이라이너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화장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우리나라 역시 삼국시대의 서적이나 벽화에서 얼굴에 연지를 바르는 모습이 나타난다. 현대 사회에서도 아름다움은 늘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다. 때때로 외적인 미에만 치우쳐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 자신을 가꾸는 일은 외모를 넘어 내면과 삶 모두를 아름답게 빚는 일이다.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애를 충족할 수 있으며 이러한 태도가 삶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미를 추구하는 시간 역시 삶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미용실을 찾을 때 새로운 머리 모양만 목적인 경우도 많지만 이별 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생각에 몰입하기 위해서 등등 심리적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네일 케어를 받을 때도 시술자와 대화하는 즐거움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고 친구들과 함께 화장품 매장을 찾아 여러 제품을 시도하는 과정을 하나의 유희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스킨 케어를 받는 시간 역시 아늑한 분위기에서 편안한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심신의 흐름을 가다듬는 일상의 쉼표로 자리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뷰티 공간을 찾는 이유를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읽어 내면 삶과 미의 관계를 한층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질감을 표현하고 고재를 더해 정적인 기운을 머금은 스킨 케어 살롱이나 스파는 신체를 부드럽게 가꾸는 동안 마음까지 휴식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색다른 콘셉트를 임팩트 있게 구현한 공간은 화장을 하거나 머리를 다듬는 사람들이 화려한 쇼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최근에는 카페, 갤러리, 소품 숍, 반려동물 놀이터 등과 결합해 커뮤니티와 라이프스타일을 총체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장소로 진화한 프로젝트도 하나둘 등장해 뷰티 공간의 지평을 넓힌다. 외형을 가꾸는 과정을 통해 일상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주는 공간에서 아름다움의 힘을 느껴보자.



나를 돌보는 힐링 공간
닥터포헤어 케어랩 강남

Design / NONE SPACE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116
Area / 209㎡
Photograph / 김한얼

Focus on  브랜드의 전문성에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를 결부하고자 단정한 공간 위로 체험형 콘텐츠를 펼쳐 관리를 넘어선 치유의 경험을 선사한다.

조금은 지치고 울적할 때 외모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기분을 확실히 전환할 수 있다.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 피부 관리를 받는 일이 외양을 가꾸는 것을 넘어 일상에 지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인데, 점점 관리받는 과정에서 힐링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뷰티 공간들은 보다 다양한 얼굴로 방문객에게 쉼의 정서를 불어넣는다. 닥터포헤어 케어랩 강남은 샴푸 브랜드가 오픈한 두피 케어숍으로 전문성에 감각을 일깨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색다른 쉼을 선사해 흥미롭다. 닥터포헤어의 기존 케어랩이 ‘닥터’ 라는 이름에 초점을 맞춰 화이트 톤에 차가운 치료용 기계 가득한 병원의 분위기를 풍긴 것과 달리 이번 공간은 ‘Sense and Sensibility(이성과 감성)’ 란 콘셉트 아래 시각, 후각, 청각, 미각을 자극할 콘텐츠를 더한 것이다. 이성은 전문성, 감성은 감각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풀어낸 뒤 두 개념이 화합하도록 깔끔한 화이트 톤과 메탈로 공간을 정돈하되 둥근 라인과 은은한 조명, 잔향 등 부드러운 요소를 가미했다. 외관에서부터 상반되는 개념이 공존하는 모습을 드러내고자 명료한 선 사이로 따스한 빛이 새어 나오게 해 이성과 감성의 중첩을 의도했으며 얇은 선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머리카락까지 연상시키게 했다. 실내에도 감성과 이성 영역을 마련했다. 화이트 톤 리셉션에 들어서면 카운터 외 두 개의 영역이 각각의 개념을 대변하는데 카운터 옆 화단처럼 꾸민 테라피 바가 감성을 먼저 자극한다. 테라피 바에서는 방문객의 컨디션에 맞는 차를 제공해 클리닉을 받기 전부터 차의 색과 향, 맛으로 오감을 일깨워 몸과 마음을 회복하게 돕는다. 그 뒤편 벽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바리솔 마감이 돋보이는 곳은 체험존으로 두피 및 머리카락에 대한 전문성을 드러내고자 자사 제품을 전시했다. 중앙의 테이블형 진열대에는 제품을 체험할 개수대를 설치했으며 그 위로 제품의 성분과 기능을 시각 자료로 담았다.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면 다섯 개의 관리실이 나타난다. 체험존과 같은 바리솔 마감이 자연의 빛을 표현하고 관리용 체어 하나만 둔 1인실로 구성해 더욱 안락하며 물소리와 마사지, 풍성한 거품과 잔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편안히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뷰티 공간에 다가가는 새 방법
Reef

Design / say architects
Location / 39 General RD, Hangzhou, China
Area / 165㎡
Photograph / Chen Hao

Focus on 이발소와 여성용 살롱 위주의 뷰티 공간에 야외와 연결된 카페를 추가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었다.

쇼핑센터나 카페는 산책을 하는 도중에도 가볍게 들를 수 있지만 미용실이나 네일숍 같은 뷰티 공간은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만 방문하게 된다. 중국 항저우에 등장한 Reef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는 공간으로 이발소와 진입 장벽이 낮은 시설을 합쳐 부담 없이 뷰티 공간을 방문하게 하고 주변과의 연계성를 높였다. 디자인을 담당한 say architects는 서로 다른 목적의 공간을 짜임새 있게 연결할 방법으로 암초를 떠올렸는데, 산호와 갯지렁이와 같은 유기물이 축적되며 커지는 암초처럼 Reef도 이발소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설까지 뻗어나가 인근 지역과 유기적 관계를 맺도록 설계했다. 

암초의 시작점을 만들고자 건축의 가장 첫 단계에 2.1m 높이의 둥근 돌기둥을 세워 2층 건물의 중심을 잡았다. 전면 파사드 한가운데 자리한 돌기둥은 핑크, 그레이, 블랙 세가지 다른 색 석재가 혼합돼 건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그 위 그리드 시스템을 올려 독특한 파사드를 그렸다. 푸른 메탈 프레임으로 격자를 짠 뒤 샌드블라스트 유리를 끼운 그리드 시스템은 건물 외관을 반투명하게 가리는데 아래는 투명한 창과 완전히 열리는 출입문으로 개방감을 살렸다. 건물은 1층 이발소와 2층 여성용 살롱을 카페가 아우르는 형상을 띤다. 내부에 들어서면 카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붉은색, 노란색 메탈로 산뜻한 인상을 전하는 카페는 반투명한 유리 외벽을 두르고 있으며 그 일부분을 창으로 개방하고 야외 좌석을 마련해 지역과 긴밀한 관계성을 맺었다. 두 층을 관통하는 카페는 구멍을 촘촘히 뚫은 메탈 패널을 내벽 소재로 사용해 다른 실내 공간이 비쳐 보이는데 자연스러운 시선 교류가 연계성을 높여준다. 이발소는 푸른색과 직선을 주조로, 여성용 살롱은 붉은색과 곡선을 메인으로 디자인해 분위기를 변주했다.



나만의 쇼를 펼치다
Haydon Zhengzhou

Design / SALONE DEL SALON
Location / F1, CITY·IMIX PARK, No.72 Taikang Road, Guancheng Hui District, Zhengzhou, Henan, China
Area / 1,080㎡
Photograph / Sean

Focus on  천문 관측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오래된 시간과 미래적 이미지가 혼재한 풍경을 연출해 일상을 완전히 잊고 화장품을 즐기며 자기만의 쇼를 펼칠 수 있다.

피부에 윤을 내고 알록달록한 색조 화장품을 발라보며 나를 다양한 스타일로 변신시키는 시간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래서 화장품 매장을 찾는 일은 종종 작은 테마파크에 가는 듯한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 중국 Zhengzhou에 오픈한 Haydon Zhengzhou는 독특한 콘셉트를 압도적으로 구현해 방문객이 제품을 체험하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나 쇼를 이끌어 나가는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는 화장품 매장이다. 디자이너는 Zhengzhou에 현존하는 중국의 가장 오래된 천문대 Gaocheng Observatory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천문 관측’ 이라는 콘셉트를 구상하고 고대의 분위기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을 연출했으며, 천문대의 구조를 본떠 나선형 계단, 기둥 등을 만들되 형태와 재료를 변주해 지역의 문화 유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했다. 

짙은 초록색 간판 아래 파사드를 모두 통창으로 두른 매장은 흙빛 원기둥과 금속 집기, 보라색 조명이 혼재한 풍경을 가감없이 드러내 호기심을 일으킨다. 내부는 고대의 시간이 여실히 느껴지도록 벽, 천장, 기둥 등에 흙색을 칠하고 질감을 줄무늬 형태로 입혀 지층처럼 표현하는 한편 바닥은 짙은 초록색 테라조로 덮어 복고적 이미지를 가미했다. 천장의 고리형 조명은 고대 천측 기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는데 금속을 사용해 과거와 미래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진열장, 매대 등 집기도 금속으로 만들었으며 초록색 테라조를 조합해 상이한 감각을 대조시켰다. 매장 안쪽의 카운터 영역은 금속과 조명이 만나 몽환적인 장면을 펼쳐 보인다. 금속으로 제작한 카운터와 기둥이 볼드한 형태를 띠어 공간의 중심을 확실히 잡는 한편 깊이 파인 천장에서 보랏빛 조명이 일렁이듯 뿜어져 나와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자아내는 것이다. 보라색 조명은 매장 오른쪽에도 설치돼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끄는데 그 옆으로 나선형 계단이 자리해 방문객의 동선을 2층으로 유도한다. 2층은 1층의 디자인 언어를 일관되게 가져가되 진열에 무게를 실어 제품 경험에 집중할 수 있다. 다만 계단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전이 영역에 단차를 주고 자연 콘셉트를 더해 감각적으로 한층 풍부한 경험을 하도록 했으며, 자갈 바닥, 울창한 식물 사이로 비정형적 형태의 금속 스툴, 우주 비행체를 연상시키는 조명을 심어 신비로움을 고조했다.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Beauty salon Shin enom

Design / Shintaro Takeda design office
Location / #201,2-27-21, Haruoka, Chikusa-ku, Nagoya-shi, Aichi-ken, 464-0848, Japan
Area / 143.99㎡
Photograph / Mayu Morita

Focus on  넓은 공간 안에 작은 큐브 구조를 세우고 시야를 제한해 줄 패널을 매달아 함께하는 공간에서도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을 보장했다.

나를 가꾸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만 그 과정을 공개하는 일은 부담스럽다. 특히 미용실에서는 다양한 약제를 머리에 바른 모습이 조금은 민망한 데다 염색 등 시술에 긴 시간이 소요되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해야 할 시간을 타인의 시선 같은 요소에 방해받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손님 개개인의 영역을 독창적으로 나눈 미용실 Beauty salon Shin enom이 등장해 주목할 만하다. 긴 직사각형 공간에 얇은 철제 프레임을 활용해 가로, 세로, 높이가 2m인 큐브를 세워 1인용 간이 시술 영역을 만든 것으로 여섯 개의 큐브가 펼쳐져 있다. 각 프레임에는 패널과 거울이 매달려 있는데 필요에 따라 위치를 이동할 수 있어 타인의 시선을 가리고 고객 본인의 시선이 분산되는 일을 막는다. 덕분에 고객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더욱 안락한 분위기에서 시술을 받게 된다. 일본 전통 다실을 본떠 검은색과 짙은 우드 소재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콘크리트 벽, 파이프와 골조를 고스란히 노출한 천장이 투박한 인상을 풍기는 전체 공간과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중앙의 출입구 오른쪽에는 리셉션이, 가장 안쪽에는 샴푸실이 자리한다. 샴푸실은 화이트의 깔끔한 마감과 따스한 조명 빛으로 부드러운 공간감이 느껴지며 가구에 목재와 블랙 컬러를 담아 통일성을 유지했다.



자연 속에 푹 잠긴 치유의 공간
Private Spa in Tepoztlán

Design / SOA, Javier Sánchez
Location / Tepoztlán, Morelos, Mexico
Area / 355㎡
Photograph / Jaime Navarro

Focus on  울창한 정글 한복판에 언덕 모양의 스파 건물을 세우고 지붕까지 초목으로 뒤덮어 자연 속으로 녹아든 채 심신을 정화하는 기분을 누리도록 했다.

아름다움은 몸과 마음을 맑고 건강하게 가꾸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신체 내 영양이 균형을 이루고 마음이 편안할 때 얼굴빛도 환해지고 머리카락에도 윤기가 돌기 때문이다. 심신의 노폐물을 모두 비워내고 신선한 기운을 가득 채우는 과정이야말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라 할 만한데, 특히 자연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멕시코의 정글 한가운데 깃든 Private Spa in Tepoztlán는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심신을 케어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대 문명 유적으로 유명한 Cerro del Tepozteco 근방의 깊은 숲 속에 위가 잘린 원뿔형 건물을 세워 마치 자연 상태의 언덕 같은 모습을 구현했는데, 화산암을 기반으로 하고 평평한 지붕에 초목을 풍부히 식재해 주변 풍경에 경계 없이 스며든다. 또한 초목 사이사이로 모닥불, 좌석, 온수풀 등을 배치해 사용자가 지붕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다. 아래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스파 공간이 나타난다. 길고 좁은 진입로를 따라 내부로 진입하는데 중앙에 원형 로비를 조성하고 이를 축으로 체육실, 마사지실, 탈의실, 목욕실, 사우나, 냉수탕을 방사형으로 배치해 자연의 순환 원리를 담았다. 붉은 벽돌로 바닥을 덮고 벽은 회색 석고로 마감한 뒤 문과 가구에 나무를 적용해 고요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로비 한가운데 고대 유물 같은 조각상을 두고 그 위로 원형 창을 내 빛과 빗물을 받아들여 신성한 기운까지 감돈다. 체육실과 목욕실, 마사지실은 야외 테라스를 함께 계획해 자연과의 연결성을 살렸다. 그중 체육실은 야외로 완전히 트인 테라스를 마련하고 벽을 통창형 문으로 대체해 실내외의 경계를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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