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y Sweet Home(1) 예술과 일상이 교차하는 갤러리 - 정자동 로얄팰리스 (2025.12)

빛나게 견뎌낸 당신에게

Home, My Sweet Home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창밖으로 내리는 눈발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집’을 떠올린다. 집은 마음이 쉬어가는 곳, 기억이 쌓이는 보금자리다. 그 안에서 우리는 웃고, 울고, 꿈을 꾸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겨울이면 더 깊이 느껴지는 따뜻함, 그건 벽난로의 불꽃이 아니라, 가족의 손길, 친구의 웃음, 반려동물의 따스한 체온에서 오는 것이다.

이번 12월호에서는 다양한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집’을 정의하는 이야기를 모았다. 어떤 이는 아늑한 소파와 책장 사이에서, 또 어떤 이는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서, 혹은 작은 화분과 함께하는 테라스에서 집의 의미를 찾는다.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집을 꾸미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든다. 그 안에 담긴 따뜻한 감정과 추억, 그리고 소소한 일상이 모여 ‘Home, My Sweet Home’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로와 편안함을 전한다. 이번 호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집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안에서 따뜻한 시간을 되찾기를 바란다. 올 한 해도 빛나게 견뎌낸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안식처의 온기를 전한다. 이제 다시, 집에서 깊은 숨을 고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시간이다.


에디터 이석현 (LEE SOK HYUN)



예술과 일상이 교차하는 갤러리

정자동 로얄팰리스


이번 프로젝트는 50~60대 부부가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A36프로젝트와 세 번째로 함께한 협업이다. 세심한 설계와 긴밀한 호흡으로 완성된 이번 작업은 이전 두 프로젝트에서 쌓아온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층 깊이 있는 생활 공간의 미학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디자인 / (주)A36PROJECT·권유경

시공 / (주)A36PROJECT·김수재

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449

면적 / 292㎡(88평)

마감 / 천장·벽체-페인트(공용부), 벽지(방) I 바닥-타일 I 가구-무늬목

사진 / 쏘울그래프·진성기


클라이언트의 핵심적인 요구는 명확했다. 우선, 탁 트인 시야보다는 안정된 구조감 속에서 아늑함과 집중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 구성을 원했다. 이에 따라 각 실의 동선을 부드럽게 분리하면서도 불필요한 차폐 없이 시각적으로 균형 잡힌 구조를 계획했다. 두 번째로 전체 분위기는 갤러리를 연상시키되 무채색의 냉정한 공간보다는 무늬목 소재가 주는 따뜻한 질감이 느껴지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수납이 풍부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정돈된 공간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은 단연 주방이다. 길이 6m, 너비 1.1m의 대형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해 주방이 집의 중심이자 하나의 조형적 오브제로 존재하도록 연출했다. 아일랜드 상판은 이탈리아산 마라찌(Marazzi) 세라믹 16장을 정밀하게 이어 붙여 패턴의 결이 자연스럽게 흐르며 시각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마감했다. 싱크볼을 아일랜드 중앙으로 이동시켜 세척과 준비, 조리가 한 자리에서 이뤄지도록 효율적인 동선을 구현했고, 인덕션은 동선에 맞춰 앞쪽에 배치해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주방과 보조주방을 연결하는 도어는 동일한 무늬목으로 마감해 시선의 연속성을 유지했고, 공간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아일랜드 내측면까지 세라믹으로 마감해 흐르는 패턴이 깨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디테일을 살렸다.

주방의 또 다른 중심 포인트는 홈바이다. 벽과 천장까지 세라믹으로 감싸 웅장한 깊이감을 강조하고, 무릎이 닿는 부분은 사선으로 디자인해 편안함과 감각적인 조형미를 동시에 확보했다. 터치형 스위치를 매립해 손끝의 작동만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고, 은은한 매립 조명을 설치해 조명 자체가 공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율하도록 했다. 면이 노출되는 세라믹은 45도 각도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유지했다.

수납장은 블럼(Blum) 하드웨어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으며, 남은 세라믹 자재로 제작한 인출 서랍장은 소재의 통일성과 세련된 감각을 더한다. 주방과 보조주방 사이에는 무늬목 폴딩도어를 설치해 닫았을 때는 하나의 벽처럼 보이지만, 열면 팬트리 장이 드러나 용품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다. 동일 소재의 인클로저 도어는 보조주방으로의 자연스러운 이동 동선을 만들어 기능적 완성도를 높였다. 보조주방은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재배치했다. 세탁기의 위치를 조정하고, 소형 가전과 미니 싱크볼, 가스 쿡탑을 설치해 인덕션으로 조리하기 어려운 음식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은 거주자의 예술 컬렉션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따뜻한 화이트 톤을 기본으로 구성했다. 불필요한 색을 배제하고 조도를 세밀하게 조정해 마치 갤러리처럼 차분하고 정제된 공간감을 형성했다. 바닥은 900×900㎜ 규격의 밝은 톤 포셀린 타일을 적용하고 벽과 천장은 아이보리톤을 섞어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감싸는 분위기를 완성했다. 공간 곳곳에는 액자 레일을 매립하고 은은한 간접조명을 설치해 작품이 자연스럽게 돋보이도록 구성했다. 거실과 각 실로 이어지는 도어는 헤드 프레임을 제거한 풀사이즈 히든도어로 설계해 벽면과 경계가 사라지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덕분에 평면적인 시선 흐름이 유지되면서 전체 공간의 일체감이 강화되었다.

넓은 90평형 규모는 자칫 비어 보일 수 있는 공간을 따뜻한 재료감과 컬러의 조합으로 안정감 있게 채웠다. 바닥, 벽, 천장이 이어지는 미묘한 톤 조합을 통해 차가움은 누그러지고 정제된 아늑함이 더해져 하나의 갤러리 같은 감성이 완성되었다. 거실 한켠에는 장미쉘 작가의 입체 작품과 곽철안 작가의 회화가 자리한다. 앞으로 새롭게 전시될 다양한 컬렉션들은 거실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살아 있는 갤러리로 확장된다. 전면에는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스피커가 배치되었고, 코어 공유기는 10m 이내의 거리 조건을 고려해 간접조명 박스 내부로 숨겨 깔끔하게 처리했다.

가족실은 양문형 칸살 도어를 적용해 닫으면 아늑한 독립 공간으로, 문을 열면 거실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유연한 구조로 완성되었다. 내부 마감은 공용부와 동일한 도장 컬러를 사용해 공간 간의 시각적 안정감을 높였고, 천장에는 눈부심을 최소화한 집중형 조명을 매립해 프레임 없이 빛이 은은하게 확산되도록 설계했다. 조도의 깊이에 따라 시선이 머무는 분위기가 달라지며, 가족이 함께 머무는 시간을 더욱 따뜻하게 감싸주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현관은 화이트 오크 무늬목 가구와 부드러운 간접조명을 조합해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렸으며, 현관 양쪽 벽면에 동일한 소재를 적용해 공간의 균형감을 높였다. 신발장은 상·하부에 간접조명을 더해 답답함을 줄이고, 오크톤 무늬목의 고유한 질감을 부각시켰다. 오른쪽 코너에는 숨은 수납공간을 설계해 골프백 등 부피감 있는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게스트룸은 기존의 애매한 크기의 두 방을 하나로 통합하여 침실·서재·드레스룸이 결합된 다목적 구조로 재설계했다. 활용도가 낮았던 공간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손님들이 머무르는 동안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레이아웃을 최적화했다. 붙박이장은 일반적인 여닫이 또는 슬라이딩 도어 대신 폴딩도어를 적용해 내부 수납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방의 시작점인 드레스룸은 이번 현장에서 가장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붙박이장은 도어와 측판이 만나는 부위를 45도 졸리컷으로 정교하게 마감해 단차 없는 매끄러운 연결감과 높은 완성도를 구현했다. J홀 손잡이 안쪽에는 주방 시공 후 남은 세라믹을 부착해 내구성과 디자인 포인트를 동시에 확보했다. 세라믹의 은은한 패턴이 오크 무늬목의 질감과 어우러지며, 소재 간의 대비가 주는 깊이를 더한다. 도어의 단면에는 손이 닿는 부분을 따라 섬세한 홈을 주어 사용감을 높였다. 공간의 중심에는 주방과 동일한 세라믹 상판을 적용한 아일랜드를 배치했다. 집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 스토리를 이어가며, 하나의 통일된 디자인 언어를 완성했다. 상판보다 살짝 돌출된 손잡이 디자인으로 유니크한 포인트를 더했고, 하부는 플로팅 형태로 띄워 묵직한 매스감에 경쾌한 리듬을 부여했다. 조명은 스위치가 드러나지 않는 터치형 디밍 조명을 적용해 손바닥 터치만으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안방은 오크 무늬목과 패브릭 헤드보드가 조화를 이루는 베이지 톤의 침실로 완성되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자연스러운 질감이 주는 안정감과 아늑함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기성 침대로는 공간의 톤과 비례가 맞지 않아 A36프로젝트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맞춤 베드를 적용했다. 오크톤 무늬목과 베이지 패브릭의 조화가 은은한 균형감을 이루며 공간 전체에 편안한 무드를 더한다. 천장에는 간접 등박스를 설치해 부드럽고 감성적인 조도를 구현했다. 은은한 빛이 머무는 침실은 하루의 피로를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아늑한 휴식의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안방 욕실은 사용자의 생활패턴에 맞춰 새롭게 재구성했다. 사용하지 않던 욕조를 철거하고, 더욱 넓은 샤워존으로 리뉴얼해 손주들이 방문했을 때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욕조 벽면을 과감히 철거해 공간감을 확장하고, 보다 개방적인 샤워 공간을 완성했다. 세면 공간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세면대를 제작해 바쁜 출근 시간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샤워존 외 구역은 건식으로 계획하고, 물이 튀지 않도록 턱을 두어 깔끔하게 정리했다. 출입부는 원목 칸살 도어로 마감해 따뜻하고 단정한 인상을 더했다. 불투명 아크릴 소재를 적용해 내부 조명이 켜졌을 때 은은하게 빛이 투과되며, 한층 더 무드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아한 한국적 감성과 현대적 실용성이 조화된 욕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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