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함께 일하는 이유 - The New Co-Working Space (2018.9)

그들이 함께 일하는 이유
The New Co-Working Space

취재 최윤정

가족과 함께 하는 오피스, 언제든지 영화관으로 변신하는 오피스. 혼자라면 상상으로만 그칠 꿈의 공간이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실현되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된 코워킹 스페이스 생태계에서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낸 공간은 가까운 미래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바야흐로 코워킹 스페이스 전성시대다. 2015년 wework, FASTFIVE 등 선두주자가 이끌어 온 국내 코워킹 스페이스는 올해 들어 서울 시내에만 51곳으로 늘어나며 급속도로 팽창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에 부동산 업계는 물론 여러 분야의 대기업 역시 공유 오피스를 연달아 공개하며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추고자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의 드림플러스, LG서브원의 FLAGONE, 신세계인터네셔널의 S.I LAB 등은 탄탄한 자본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저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운다. 이미 코워킹 스페이스가 꾸준히 자리 잡은 해외의 경우 발전 속도는 더욱 빠르다. 더욱 세분화된 분야와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특색 있는 공간을 꾸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코워킹 스페이스는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을 넘어 새로운 워크 스타일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하나로 다시 한 번 진화한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코워킹 스페이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지 편하고 효율적인 공간 그 이상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국내 안팎으로 주목받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의 사용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을 제시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유 오피스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새로운 오피스 문화를 추구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따로 또 함께를 추구하는 공유 공간의 미래를 짚어봤다.


The Time for Balance
빌딩블럭스


Design / SCAAA·최영환
Location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338-11 511타워
Area / 1,198㎡
Photograph / 맹민화

요즘 유행하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영역을 별개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하는 스타트업 혹은 창작자에게 일은 곧 삶이다. 이들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많은 좌석을 갖추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존 공간과 확연히 달라야 한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오피스에서의 일상은 딱딱한 책상에서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빌딩블럭스는 일과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라이프 스타일 공유 오피스를 표방한다. 빌딩블럭스를 기획한 김희영 대표는 여성 전용 오피스나 가족 친화형 오피스 등 다양한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에 최적화된 코워킹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빌딩블럭스인 셈이다. 기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전용 구역과 수유실, 샤워실을 구비했으며, 하반기에 키즈존 오픈을 앞두고 있다.
화사하고 감성적인 인테리어 역시 강점 중 하나다. 메인 플로어 1개 층과 오피스 플로어 2개 층까지 총 3층 규모를 갖춘 이곳은 화이트 컬러 베이스에 높은 천장과 탁 트인 통창 덕분에 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메인 플로어는 널찍한 오픈 스페이스에 리셉션, 라운지, 오픈 데스크, 미팅룸, 포토 스튜디오, 여성 전용 구역 등을 구비했다. 그레이 컬러를 주조 삼은 라운지는 선명한 블루 컬러 소파를 포인트로 두어 경쾌한 느낌을 주었으며,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의 플라워 숍 수림에서 진행한 플랜테리어로 생기를 불어넣었다. 곳곳에 브라스 소재 디스플레이 가구를 두어 패션 디자이너를 위한 쇼룸을 겸하도록 했다. 또한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오픈형 업무 공간은 둥근 등받이가 돋보이는 벨벳 소재 의자를 배치함으로써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을 더한다. 한편 2개의 오피스 플로어는 1인실부터 6인실까지 다양한 프라이빗 오피스 40개와 여러 자재와 컬러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머티리얼 라이브러리, 워크숍 등을 마련해 편리한 업무를 돕는다. 프라이빗 오피스는 소음 차단 효과가 뛰어난 벽체를 사용하고, 눈이 편안한 LED 조명을 설치함으로써 오랜 업무에도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한 공용 공간은 우드 소재 가구와 파스텔 컬러를 조화롭게 적용해 한층 아늑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Power of the Makers
STEEL ALIVE

Branding / rareraw·양윤선
Design / Z_Lab
Location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천호대로83길 31
Area / 728㎡
Photograph / 박제하

감각적인 철재 가구 브랜드 rareraw에서 선보인 STEEL ALIVE(이하 스틸 얼라이브)는 금속을 다루는 메이킹 스페이스를 겸비한 복합 문화·오피스 공간이다. ‘철(Steel)은 살아있다(Alive)’ 라는 뜻으로도 읽히는 이름처럼 이곳은 철재를 이용해 무엇이든 만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열려 있다. 1층에 레스토랑과 라이프 스타일편집 매장이, 2층에 메이킹 스페이스가 자리하며, 3층은 금속 제작과 관련된 직종의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라이프 스타일 기업이 입주한 코워킹 오피스를 마련했다.
1층 레스토랑은 편안한 분위기 속 rareraw의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가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금속 특유의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조화롭게 녹아들도록 연출한 내부는 노출 천장에 모노톤으로 천장과 벽면을 마감해 차분하면서 시원한 인상을 준다. 아울러 둥근 모양의 펜던트 조명을 달아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부드러운 흐름을 더했다. 함께 자리한 라이프 스타일 편집 매장은 바닥을 타일로 마감한 레스토랑과 달리 우드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공간의 차가운 느낌을 중화했다. 이어 금속 가공에 관련된 최신 설비를 갖춘 2층 메이킹 스페이스는 간결한 형태와 짙은 그레이 컬러를 선택해 공간의 전문성을 표현했다. 강렬한 철재의 매력이 담긴 작업 공간은 지정석 8석과 자유석 6석을 제공하는데, 넉넉한 면적의 작업대와 공간을 가로지르는 라인 조명을 적용함으로써 개방감을 주면서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바로 옆 머티리얼 라이브러리는 작업 공간과 대비되는 화이트 컬러를 주조 삼아 꼼꼼히 자재를 살펴보도록 했으며, 밝은 우드 톤 마루 바닥으로 안정감을 더했다. 마지막 3층의 코워킹 오피스는 총 13개 개별 오피스 내 공간 인테리어, 주방 가구 디자인, 가죽 소품 브랜드 등 브랜드가 입주해 있다. 주어진 면적을 알차게 나눈 각 실은 은빛이 감도는 소재로 구획해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부여했다. 라운지와 간단한음료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팬트리는 차분한 블루 컬러를 적용해 포인트를 살렸다.
한편 입주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포토 스튜디오를 구비해 제작한 결과물을 바로 촬영할 수 있는 효율적인 환경을 지원한다.


Next Generation of Creative
The Ministry

Design / Squire & Partners
Location / 79-81 Borough Road, London SW1 1DN, UK
Area / 4,645㎡
Photograph / James Jones

영국 런던에 자리한 코워킹 스페이스 The Ministry의 정체성은 ‘This isn’ t working’이라는 캐치프레이즈 하나로 모두 설명된다. 음반과 광고 제작, 클럽 운영까지 트렌디한 문화를 이끌어 온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Ministry of Sound가 지난 7월 공개한 이곳은 런던 내 젊은 창작자들의 새로운 아지트로 부상하며 클럽만큼이나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새로운 세대의 문화 공간으로 떠오르는 것에 주목한 Ministry of Sound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일하는 장소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모이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19세기 인쇄소 건물을 개조한 The Ministry는 기존에 있던 1층 바와 레스토랑을 그대로 흡수해 메인 공간으로 활용했다. 벽돌 건물의 골조를 노출해 빈티지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 실내는 천장에 드러난 설비와 가구 프레임에 블랙 컬러를 입혀 심플하게 연출했다. 중앙의 약 20m 길이의 바 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하단부에 구리 소재 파이프를 이어 붙이고 간접 조명을 매입해 한층 화려한 분위기를 이끈다. 입구를 지나 내부 깊숙이 들어가면 자리하는 라운지는 넓은 오픈 스페이스 구조에 아늑한 색감이 돋보이는 소파와 안락의자를 넉넉히 배치해 자유롭게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소파 업홀스터리와 커튼에 사용한 푸른빛의 벨벳은 한층 고급스럽고 우아한 인상을 더한다. Christopher Shake와 Charlie Smedley의 아트워크로 채운 벽면은 영감을 자극하는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라운지는 야외 정원으로 이어지며, 정원은 마치 카페 테라스에 온 듯 내추럴하고 편안한 느낌을 선사한다. 또 다른 프라이빗 미니 바를 볼 수 있는 지하 공간은 VR 스튜디오와 소규모 영화 상영관, 오디오 감상실 등을 함께 갖춰 한층 다양한 활동을 수용한다. 1층에 비해 더욱 경쾌한 컬러와 패턴, 형태를 지닌 가구와 소품을 활용함으로써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상층부 4개 층은 실질적인 사무 공간을 마련했는데, 붉은 벽돌과 원목 마루 바닥이 풍부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과 어우러져 따스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열림과 닫힘이 공존하는 사무 공간은 미니멀한 블랙 컬러 프레임 가구를 배치해 모던한 이미지를 그리며, 어두운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곳곳에 푸른 식물 데커레이션을 두어 생기를 돋웠다.


We Find the Solution
The Distillery

Design / KOGAA Studio
Location / Brno, Czech Republic
Area / 650㎡
Photograph / Boys Play Nice

체코의 브르노(Brno) 지역은 한때 섬유 공업과 경공업이 발달하면서 수도 프라하에 버금가는 활기를 띠는 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전 세계 여느 공장지대와 마찬가지로 탈공업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근 이곳에도 젊은 인구가 새롭게 유입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KOGAA Studio가 선보인 코워킹 스페이스 The Distillery는 그 변화를 이끈 선두주자로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KOGAA Studio가 펼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 Social Reactor의 일환으로 탄생한 이곳은 음악, 디자인, 영화, IT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한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따로 또 함께 다채로운 사업을 꾸리며 도시 활성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19세기 유대인이 운영하던 3층 높이의 증류주 공장은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오피스 환경에 맞게 다듬어졌다. 중정이 있는 1층은 이용자가 모여드는 휴식 공간이자, 파티나 공연이 이뤄지는 행사장으로 활용된다. 행사가 열릴 때면 중앙 창고 공간을 개방해 팝업 바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독특하다. 중정 너머 코워킹 오피스가 자리한 내부는 과거 건축 구조 그대로의 굵직한 목재 보가 중앙을 가로지르고, 아치형 천장과 커다란 격자창이 어우러져 아늑한 모습이다. 부드러운 곡선형 라운드 테이블을 배치한 1층 오피스는 화이트와 은은한 핑크 컬러를 매치함으로써 오래된 건축물의 분위기와 차분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곳은 2층과 3층으로 층 사이의 면적 일부를 덜어내 탁 트인 라운지 공간을 구성했다. 아래 층은 발표회와 강연, 공연 등이 이뤄지는 강당 역할을 하고,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위 층은 개인 사무 공간과 미팅룸, 디자이너를 위한 작업실로 사용한다. 상층부의 각 공간은 폴리카보네이트와 같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구획함으로써 건축물의 소재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친환경적 면모까지 고려했다. 라운지 공간의 단차와 풍부한 질감은 한층 다이내믹한 시각적 효과를 더하며, 사용자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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